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공공기록물로 보관할 것을 지시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는 현재 회담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충돌 양상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해당 회담록을 공공기록물로 보관하라고 했다면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회담록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야당 주장의 논거가 흔들리게 된다. 더구나 문재인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회담록이 국가기록원의 회담록과 다르다며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감안하면 두 회담록이 거의 동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어떤 형식으로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하면 공공기록물로 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는 게 아니라 생산문서는 어떻든 간에 자동으로 대통령기록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다음 대통령들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열람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국정원에 공공기록물(2급 비밀)로 보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 진술이 있었고, 실제로 대통령기록물법을 적용할 경우 다음 대통령들이 15년 동안 이 기록을 열람하는 게 어려운 현실 등이 감안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국가기록원에 있는 발언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그 같은 발언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축약되거나 발췌된 것이 아닌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공개하자는 문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 당시 정문헌(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언한 내용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주임검사와 부장검사가 국정원이 제출한 발언록 발췌본을 열람했고, 주임검사는 발췌본 진위 여부를 대조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회담록 원본을 열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담록과 국정원에 있는 내용이 서로 다르면 어떻게 공공기록물로 보관하라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관계자 7명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공공기록물이라도 열람 후 그 내용을 공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NLL 발언 발췌본을 열람한 후 그 내용을 공표한 새누리당 관계자 7명 또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공공기록물로 보관토록 지시한 이상, 검찰 역시 이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경우 그 수위를 대폭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현미·김동하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