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올해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된 여야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측에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공공기록물로 보관토록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정원에서 보관 중인 두 정상 간 회담록이 공공기록물인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나 향후 검찰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발표한 수사결과 등에 따르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공공기록물로 보관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했고, 국정원은 우리측 배석자의 녹음자료를 통해 회담록을 자체 생산한 뒤 이를 공공기록물(2급 비밀)로 관리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주무비서관인 A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자체 생산 자료를 알고 공공기록물로 관리할 것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를테면 남북 정상 간 회담이나 회의록은 다른(다음) 대통령들이 봐서 남북관계 진전을 계속 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회의록을 보기 위해 국회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열람이 힘들어지고 국정책임자라고 해도 볼 수 없으니 그렇게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허가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15년 동안 열람을 할 수 없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이현미·김병채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