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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 박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평생 야구선수로 살아온 박찬호가 선택한 ‘야구공 없는 삶’의 첫걸음은 책을 내는 것이었다. 운동선수의 책이라면 자신을 미화하려는 얄팍한 시도, 선정적 폭로로 한 번 더 이름을 알려보겠다는 욕심 등이 배어있을 듯하지만 박찬호의 책은 다르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로서 발자취뿐 아니라 현역 시절 홈페이지 등을 통해 틈틈이 글로 다듬어온 그의 인생철학이 녹아 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처럼 박찬호는 한 권의 자서전에 자신의 영광과 고뇌를 모두 담았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다가 ‘먹튀’라는 비아냥을 듣기까지 박찬호가 야구를 통해 겪어온 인생의 굴곡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항상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노력하는 마이너리거처럼 부족함을 알고 살아간다는 부분에서는 야구를 통해 성숙해진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무너진 자존심에 죽음까지 생각했다는 박찬호의 솔직한 고백도 볼 수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