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원피스의 여인’에 이어 ‘서있는 남자(터키어로 ‘두란 아담’)’가 터키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점거시위대가 쫓겨난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서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은 17일 오후 6시. 이 남자는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인근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앞에 내걸린 ‘터키 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년)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8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지만, 지나던 시민들은 이 남자가 무엇 때문에 탁심 광장에 서서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금방 이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 주변에는 똑같은 포즈로 서있는 사람이 한두 명씩 늘더니 금세 300명으로 늘었다. 침묵의 시위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동영상이 오르며 순식간에 퍼져 터키 곳곳에서 ‘서있는 남자’를 따라하고 있는 중이란 메시지와 사진들이 쏟아졌다.

뙤약볕 아래에서 ‘서있는 남자’들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생수병을 입에 가져다주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탁심 광장에서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경찰이 쏜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쓴 사진 한 장이 반정부시위를 확산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서있는 남자’들의 침묵시위가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권을 향하고 있다.

최초의 ‘서있는 남자’는 행위예술가 에르뎀 군두즈. 그는 18일 현지 언론 후리예트,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국민들이 이곳(탁심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멈춰 서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곳에서 마치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국민을) 이해하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탄불 시와 정부는 ‘서있는 시위’ 참가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강제 진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