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확대, 금산분리 강화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며 입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별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큰데다, 재계의 반발에 이어 시민단체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경제민주화 입법 반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7일 국회 앞에서 교수와 지식인, 대학생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퓰리즘 경제악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교수·대학생 선언’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6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정치권이 경제 주체를 갑과 을로 편을 가르고 한쪽을 매도하고 있다”면서 “계열사 간 정상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라며 불법 거래로 규제하려 하고 임금에 대한 기준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기업은 일시에 몇 십조 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는데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또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명분으로 제2금융권도 산업자본과의 분리를 추진하고, 소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추가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보험과 증권사에도 대주주 적격심사제를 도입하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금융회사를 매각하게 한다는 위헌적인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없이 포퓰리즘식으로 입법이 강행될 경우, 경제 활력이 크게 손상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일본 등 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개발도상국의 빠른 산업화로, 조선·철강·석유화학·전자·건설·해운 등 우리 주력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안들이 너무 과도해 입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인들마저 입법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업이 투자를 미루거나 외국에 투자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중소기업과 미취업계층이나 서민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제악법의 졸속 입법 즉각 중단 ▲입법하기 전 입법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것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철폐에 매진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날 선언문에는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 김민호(법학) 성균관대 교수,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 교수 등이 참여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