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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규제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공동주최한 ‘2013 한국규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의원입법의 정치경제’를 살펴보면 의원발의 법안들의 ‘부실’ 상태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논문을 작성한 김태윤(행정학) 한양대 교수는 “규제의 특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슴 아픈 희생을 낳는다”며 “규제의 효과는 결국 없는 사람, 약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 만큼 의원들이 규제들로 인한 국민 부담과 희생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규제학회의 규제영향분석특위가 진행한 474건의 규제 관련 의원발의안에 대한 모니터링평가 집계 결과에 따르면 ‘규제 품질이 낮은 의안’들은 규제 신설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부작용, 현실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다.

‘고등교육법개정안’(대표발의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등록금의 면제·감액 비율을 전체 등록금 총액의 25% 이상으로 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평가특위는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지주회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본총액을 초과하는 부채의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인데, 평가특위는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및 자본구조에 간섭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전통문화 및 자연보존도시를 지정해 대규모 점포 개설 등이 불가능하게 하는 내용으로 “소비자의 이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문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개정안’(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소액결제 한도증액 여부에 대해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해 휴대전화 소액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분석대상 규제법안 474건 중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215개,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226개다. 새누리당 법률안의 평가점수는 3.14점, 민주당은 2.99점으로 조사돼 새누리당이 다소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초선의원 법률안은 평균 3.09점, 재선 이상 의원 법률안은 평균 3.01점으로, 초선의원의 점수가 근소하게 높았다. 의정 경험이 있다는 것이 규제법안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역구 출신의원들과 전문가들이 포진한 비례대표 출신의원들의 법률안의 점수비교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고 평가특위는 전했다.

특히 474개 법률안의 평균 발의 의원수는 16.7명으로 조사됐는데, 발의 의원수와 평가점수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가특위는 “공동발의가 법안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실적 쌓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