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수준의 지배력(15%)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 부담이 14조8000억여 원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의 하나지만, 기업에 지나친 비용 부담을 발생시켜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 한화, KT, 현대 등 10개 대기업 집단의 금융사가 비금융계열사의 5% 이상 지분을 해소하고 현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14조8452억 원(지난 5월 22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대기업집단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기존 15%에서 5%(금융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의 합)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정무위에 계류돼 있다.

김용태 의원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10개사 중에서도 삼성의 비용부담이 절대적이다. 삼성그룹 산하 금융사와 특수관계인이 비금융계열사에 대해 보유한 5% 이상의 주식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14조8307억 원이다. 전체 10개사가 부담하는 비용 중 삼성의 비중이 99.9%나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및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7.66% 중 5%를 초과한 지분을 인수해 현행법 수준의 지배력(15%)을 유지하려면 13조6699억 원이 든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과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4967억 원), 제일모직(3304억 원), 호텔신라(2404억 원), 에스원(932억 원) 등에 보유한 5% 이상 지분을 해소하는 데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룹별로 교보생명보험은 43억 원, 한화는 10억 원, KT는 4억 원의 해소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 동부, 동양 등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용태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대의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대기업 집단의 금융사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능력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현재 개정안대로 금융사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5%로 제한하지 말고 금융사의 지분만을 기준으로 5%로 제한하되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