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정책 ‘행복주택’이 5일부터 주민공람 공고에 들어갔습니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행복주택사업이 본격화된 것이지요. 행복주택은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보다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도심 외곽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짓는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교통환경이 뛰어난 도심에 서민을 위한 값싸고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에 일자리가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분양을 받아도 출퇴근 불편 등 문제점이 많아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외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주택(시범사업지 기준)은 ‘직주근접(職住近接)’주택인 데다 교통 요지에 지어 사실상 반값 임대를 합니다.

그런데 행복주택이 시범사업 초기부터 주민 반발로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의 없이 행복주택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친 것이지요. 행복주택 시범 사업지가 있는 양천구는 벌써부터 주민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노원구와 송파구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집값 하락과 인구 과밀화, 주거여건 악화가 반대 이유이지요.

문제는 주민 반발이 확산될 경우 행복주택 사업이 자칫 반쪽 사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주민 설득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지방자치 선거와 이어지면서 사업 계획 변경 등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양천구와 송파구 행복주택 사업은 ‘지구’ 지정만 된 채 첫 삽을 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유수지 위에 2800가구의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양천구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나 지역주민과 협의 없이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행복주택이 ‘행복한 주택’이 되기 위해서는 게토화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임대단지가 아닌 소규모로 다양한 계층이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지어야 합니다. 특정지역에 임대단지가 대규모로 지어질 경우 주변 주택(주민)과 정서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주거 공동체가 되기보다는 ‘도심내 차별구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임대단지의 교통, 교육, 대기오염 등은 최첨단 건설 기술로 극복할 수 있지만 주변 주택 주민과의 정서적 갈등은 서로 어울리는 주거 공간을 만들지 않고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수지나 철로 위에 대규모로 짓는다는 방침에서 벗어나 공기업 이전지, 혹은 나대지, 사기업 공장용지(국유지와 대체)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겠지요. 시범 사업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는 행복주택이 서민들에게 진정한 주거 보금자리로 자리매김되기 위해서는 주민 반발이 더 확산되기 전에 가구수 축소와 주거 인프라 개선 등 타협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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