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12월 원자력발전소 불량부품들이 관련된 ‘원전 부품 비리’를 적발하고도 ‘한국수력원자력 입찰 비리’ 차원으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에 불거진 ‘원전불량부품 사용 및 가동 중단사태’와 관련돼 진행 중인 수사를 지난해 당시 사건으로까지 확대해 전면 재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감사원이 지난 정부 원전부품비리를 감사하고도 입찰비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원전 가동중단 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감사원이 상당한 원전부품비리 관련 내용을 적발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이날 “지난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불량 원전 부품을 납품한 업체와 한수원 관계자 등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벌이고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지나치게 원전 입찰 비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불량 부품 근절이라는 더 중요한 목표는 도외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지난해 당시 사건까지 전면적으로 재수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도 입찰 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상황을 축소시킨 측면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무슨 문제는 없었는지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해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모든 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징계 등 조치를 하라”며 “그 결과를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원전 6기의 원자로에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엉터리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원전 가동중단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