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주미대사관-한국문화원, 尹도피 ‘3角공조’

미국에서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와 주미한국대사관, 주미한국문화원이 사건 발생 당시 윤 전 대변인 도피를 위해 ‘3각 공조’를 벌인 정황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향후 미국 연방검찰의 지휘 아래 진행될 수사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미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당일인 8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는 방미수행단 홍보팀 관계자들이 긴급대책회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회의에서는 성추행 의혹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퇴색하고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판단해 수행단으로부터의 ‘윤창중 격리작전’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홍보팀 관계자들이 성추행 사건을 보고받고 긴급 대책회의를 한 결과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급거 도피성 귀국 결정이 내려진 뒤 이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앞으로 윤 전 대변인을 불러 자신의 숙소인 윌라드 호텔의 방 열쇠를 건네줬다. 윤 전 대변인은 당일 오후 1시 30분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호텔방에 머물렀다. 윤 전 대변인의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에서는 피해여성에 대한 미국 경찰의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을 의도적으로 빼돌린 것 아니냐, 은신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주미대사관 측은 피해여성이 미국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최영진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와 한미클럽 공동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즉답을 피했다. 최 대사는 “모든 과정이나 진상을 규명하는 중”이라며 “어떤 하나의 측면이나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얘기하는 게 전체적인 진상 조사와 확실한 규명을 지시한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사건을 처음 파악한 한국문화원에 대해서도 성추행 무마 시도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병구 한국문화원장은 상황을 파악한 즉시 현지 청와대 행정관에게 보고한 뒤 함께 피해여성의 방을 찾아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이후 한국문화원은 윤 전 대변인이 덜레스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편을 제공했고, 대한항공 워싱턴 지점에 전화해 비행기표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은 행사를 위해 현지에서 인턴 채용과 편의제공 등 지원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는 점에서 긴밀한 협조 체계가 구축돼 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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