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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선박을 운하 대신 철로로 운송하는 레일운하 기술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의해 개발돼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정부와 함께 제2의 파나마 운하를 표방하며 수로 운하 계획을 갖고 있는 니카라과, 지형적 특성상 운하 건설 최적지로 지목되는 태국 등을 대상으로 레일운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레일운하 기술은 대형 선박을 여러 가닥으로 이뤄진 철로를 이용해 옮기는 것을 말한다. 선박이 한쪽 항구에 도착하면 물속에 기다리고 있던 특수화차에 이를 연결해 육상으로 실어 나르고 이를 기관차로 다른 쪽 항구로 이동시키는 시스템이다. 대형 조선소에서 대형 선박을 육상에서 조립, 건조한 뒤 해상으로 옮기는 기술의 원리 일부를 적용했다.

레일운하는 수로가 육상 궤도를 이용하므로 최대 12.5퍼밀(‰·1000분의 1)의 경사가 있는 산악 지형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레일운하 기술이 상용화되면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대표적인 수로 운하로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들 수 있다.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런던∼싱가포르 등을 예로 들면 이들 수로 운하를 이용하면 운항거리를 각각 1만3000㎞, 9500㎞를 줄일 수 있다. 운항시간(20노트 기준)도 14일과 11일을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운선사들은 비싼 통행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로 운하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에 물동량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는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 지속적으로 통행료를 올리고 있는 상태.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 통행료를 15% 올렸고 추가적으로 15%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매년 평균 7% 정도 인상하는 등 국제 물류운송비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니카라과, 콜롬비아 등이 제2의 파나마 운하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높은 건설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 점에 주목해 레일운하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 레일운하 기술을 활용하면 선박이 수로가 아닌, 육상 궤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사가 있는 산악 지형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건설비용은 ㎞당 734억 원으로 기존 운하 대비 3분의 2 수준이어서 경제성이 매우 높은 데다 연간 유지 보수비는 10%에 불과해 운영 효율성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운하를 통과할 때 갑문 통과에 따른 대기 시간이 필요없어 운하 통과시간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선박을 끄는 기관차가 다니는 육상 궤도는 도로와 평행인 매립형 궤도로 선박 운송은 물론 열차와 트램, 자동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함께 쓸 수 있다. 수로에 의해 육로가 단절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환경 파괴, 해수에 의한 주변 영향 등도 방지할 수 있다고 철도기술연구원은 설명했다.

현재 철도기술연구원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니카라과,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이동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말레이 반도의 태국 등이다. 실제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수차례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홍순만 철도기술연구원장은 “파나마, 이집트 등의 독점적 운하 운영이 글로벌 물류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레일운하 기술을 통해 신규 운하 건설이 용이해져 글로벌 해운항로 단축, 국제 물류비용 감소, 일자리 창출 등 세계 물류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