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지난달 4일 북한의 대남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9000여 명단을 폭로해 공안 당국이 수사에 나선 지 한 달 지나 종북(從北) 혐의자들의 규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나니머스가 그 후 지난달 20일까지 공개한 총 6개 사이트의 회원 수를 합하면 2만4000여 명에 이른다. 당국은 이들 중 북한 체제를 선전하거나, 그 정책에 일방 동조한 글을 올린 1800여 명을 수사 대상으로 압축하고, 200여 명은 신원 파악까지 마쳤다고 한다. 다른 1600여 명의 신원이 확인되면 집중 수사 대상이 늘어날 것임은 물론이다.

‘어나니머스’는 자칭 그대로 정체불명이다. 7일 미국의 주요 정부·금융기관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을 만큼 그 지그재그 전선 또한 혼란스럽다. 당국은 그 정보를 단서의 일환으로 삼아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까지 염두에 두고 범법 여부를 스크린해 왔다. 그런 수사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드러난 종북 혐의자의 규모는 대한민국의 내적(內敵)이 배양하고 비축해온 심상찮은 전투력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통합진보당 당원, 전교조 소속 전·현직 교사, 민주노총 간부 등 10여 명은 국가보안법 제7조 이적죄(利敵罪) 적용까지 가능하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이들의 글 가운데 ‘법원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반국가단체라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국보법은 무효’ 운운한 대목도 있다니,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부터 부인하는 그들에게 그 국보법이 살아 있음을 실감케해야 할 것이다.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범법자에게까지 ‘표현의 자유’를 부여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흔들리도록 방치할 순 없다.

시의적으로 종북 척결의 최일선 공안 당국이 예외없이 개혁·자정(自淨)의 과도기여서 다소 걱정스럽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를 총괄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하는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듯이, 각 기관은 국기(國基) 수호라는 본령의 직분에 충실하기 위해 더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