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성인자녀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노부모 부양 부담에 치여 노후준비는 거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3명 중 1명꼴로 만성 신체질환을 앓거나 이혼을 고려하는 등 최근 2년간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미국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 베이비부머 2년 추적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0년에 이은 2차 조사로, 2년 전 조사한 패널 3275명을 지난해 추적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베이비부머 가구의 지난해 연평균 소득은 5007만 원으로 2010년과 비교해 2% 늘었으나 물가상승률 등을 계산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반면 자녀 양육비 및 교육비, 병원비는 2010년과 비교해 각각 27.2%, 11.6% 증가했다.

베이비부머의 66%는 평균연령 20대 중반의 미취업 성인자녀와 동거하고 있었으며 92%가 자녀 학비를, 54%가 결혼준비 비용을 ‘거의’ 혹은 ‘상당 부분’ 제공했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의 68%는 노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정기적인 경우는 월평균 25만 원, 비정기적인 경우는 연평균 84만 원을 부담했다.

베이비부머 60% 정도가 자녀와 노부모 부양 부담에 시달리는 가운데 은퇴 뒤 삶을 대비하는 경제적 준비는 취약해졌다.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의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모두 갖춘 비율은 14%였고 은퇴한 뒤 생활비 충당을 위한 저축과 금융투자를 차질없이 준비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한편 베이비부머 3명 중 1명은 신체질환을 갖고 있었고, 2가지 이상 복합질환을 가진 이들도 2010년 7.9%에서 2012년 10.8%로 증가했다. 배우자가 있는 베이비부머 3명 중 1명은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 투과된 지난 2년간 베이비부머는 자녀와 부모에 끼여 노후준비도 못하고, 삶의 변화와 방향성이 다소 희망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