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모(여·36) 씨는 지난 3월 아들을 낳았다. 노산인 딸을 걱정했던 친정어머니는 정 씨가 만삭이었던 지난해 말부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뒷바라지를 했다. 손자가 태어난 후에도 한동안 딸의 곁에 머물던 친정어머니는 최근 남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부산으로 내려갔고 혼자서는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던 정 씨 역시 함께 부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직장 문제로 함께 내려갈 수 없었던 정 씨의 남편은 혼자 서울에 머물면서 주말을 이용해 부산을 다녀오는 방법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지난해 말 딸을 낳은 김모(여·34) 씨 역시 출산 직후 서울에서 친정인 전주로 내려갔다. 당초 계획은 한 달 정도 산후조리를 한 뒤 올라와 남편과 지낼 계획이었으나 만류하는 친정 부모님들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 계속 미뤄졌고 결국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친정에서 생활키로 했다. 김 씨의 남편은 매주 금요일 퇴근 후 처갓집에 내려가 일요일에 올라오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1일 산부인과 및 출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산 후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는 초보 엄마들이 한동안 남편과 떨어져 친정집에 머무는 바람에 나홀로 생활하는 ‘산후 기러기 아빠’가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제외한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 양육자가 아이의 외조부모라는 답이 53.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친조부모는 34.2%로 나타났다. 외조부모 등을 양육자로 선택한 이유로는 ‘주변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어서’라는 응답이 65.4%로 가장 많았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직장 문제 등으로 함께 갈 수 없는 남성들의 경우 아내나 아이와 떨어져 생활하면서 주말에 처갓집을 찾는 신종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