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깊은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정치권 벽’을 넘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다. 4·1부동산종합대책으로 반짝 활기를 찾는 듯하던 부동산 시장이 ‘국회 양도소득세 리스크’로 혼돈에 빠지고 있다.

주택 양도세 면제 기준이 잇달아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는 국회 때문에 부동산 매매 현장에서는 호가(부르는 값)만 오를 뿐 매수세가 끊기고 있다. 5월 신규 분양을 앞둔 건설업계도 미분양 양산 우려로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만이라도 양도세 면제 기준 완화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건의해 다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야 정당이 양도세 면제 기준을 ‘주택 전용면적 85㎡ 이하, 가격 6억 원 이하’로 결정하면서 수도권 대부분의 중대형 아파트가 양도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의 주요 구의 경우 주택 면적이 85㎡를 약간 웃돌아도 실거래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6억∼9억 원 사이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면제해 주도록 국회에 요청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전체 미분양 주택 7만3000가구 중 2만7000여 가구 정도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라며 “이 중에서 기존 면제기준으로 2만15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보지만 국토부 건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나머지 5500가구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양도세 면제 기준을 두고 국회가 오락가락하면서 주택시장은 재건축아파트단지 호가만 오르고 일반아파트는 매수세가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은 전주(0.04%)에 비해 4배가 넘는 0.17% 상승했다. 저층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송파구와 강남구가 각각 0.17%와 0.02% 상승했다.

당장 5월부터 아파트 신규분양에 들어가는 위례신도시도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중대형 면적대로 구성된 데다 분양가도 7억∼8억 원대로 책정되면서 양도세 면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대형 미분양아파트가 많은 경기 고양시, 용인시 등 수도권 미분양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국회가 양도세 면제 범위를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면서 4·1대책마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환·임대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