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13일 오후부터 14일까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규모 ‘캠핑 시위’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자 법조계와 보수시민단체들은 이들의 집회 및 시위가 엄연한 불법일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공익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12일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된 중요한 자유이긴 하지만 집회의 목적과 방식 또한 적법해야 한다”며 “그 집회로 인해 질서 문란이나 통행 불편 등의 공익 침해가 있다면 이는 헌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을 무시하고 텐트까지 치면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대적으로 텐트를 치고 집회 시위를 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집회 시위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주변 사람이나 통행인을 비롯한 상인들의 영업 침해를 할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이는 집시법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단속 또는 시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경찰이 이를 저지할 경우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말한다면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신업 변호사도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집회 목적과 방식, 절차 등이 사전에 공고한 것과 맞지 않는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집회가 된다”며 “1박 2일 동안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은 일단 그 방식과 절차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아 불법 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3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강 변호사는 “500여 개의 텐트를 치겠다는 것은 질서유지선을 넘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라며 “불법 집회가 될 가능성과 관련 법률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벌인다는 것은 법을 빙자한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수시민단체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시민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자 문화재가 있는 대한문 앞이라도 시위는 할 수 있지만, 대규모 캠핑 행위는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라며 “지난 1년여간 천막 농성을 수수방관한 서울시와 중구청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재동·박준희 기자 trigg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