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단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 조치와 관련한 입장과 대책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대남 위협이 결국 ‘개성공단 폐쇄 위기’로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표정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이미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대화를 제의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9일에는 “개성공단은 계속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만을 재확인했다. 북의 ‘도발’에 맞대응하며 자극하는 일도 없지만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포커페이스 전략’인 셈이다.

9일 오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백브리핑 내용은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발표를 대하는 청와대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윤 대변인은 “어제(8일) 말씀드린 것처럼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수석실과 함께 통일부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정밀 분석, 대응하고 있다”며 “이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개성공단이 계속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따라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통행을 차단해 원자재, 식자재, 연료 등 공급이 중단되고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 조치를 취해 조업 중단이 발생하는 등 모든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촉구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지 않은 발표였지만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한다’ ‘가동 중단은 북측 책임이다’ 등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셈이다. 북한 당국이 전날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긴 것에 대해 담담하게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대화 제의나 대북특사 파견 등은 여전히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되 섣불리 카드를 꺼내들기도, 그 효력도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면 타개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이 역시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북을) 자극도 하지 않고 (북한의 움직임에) 호들갑도 떨지 않으며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더 큰 도발의 빌미를 주거나 파국으로 몰고가선 안 된다는 판단 못지않게 섣불리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할 경우 정부 입장이 더욱 군색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강하다. 이처럼 패를 감춘 ‘포커페이스 전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