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망연자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을 발표한 이튿날인 9일 오전 북측 근로자들은 공단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아침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북측 근로자들을 위한 통근버스 운영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측은 전날 개성공단 잠정중단과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를 발표했다.

5만3000여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음에 따라 개성공단은 이날부터 사실상 ‘올 스톱’됐다. 이에 따라 향후 개성공단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 개성공단 전면폐쇄 선언 → 북의 일방적 재산동결 및 몰수 → 남북대결 분위기 고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현재로선 맞이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이후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금강산 관광사업 역시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남북화해협력의 보루’, ‘통일의 마중물’로 여겨졌던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11월 첫 발을 뗀 금강산 관광사업은 10년여 만인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면 중단되면서 비극을 맞게 됐다.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에 북측이 불응하면서 관광 중단 상황이 장기화됐고 결국 북한 당국은 2010년 4월 ‘금강산 정부자산 몰수, 민간기업 자산 동결, 관리인원 추방’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이어 그해 8월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재산권 문제와 관련, “남조선이 남측 기업들의 재산 및 이권 보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제부터 남측 부동산과 설비 및 윤전기재들을 비롯한 모든 재산에 대한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8일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남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례를 따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남북경협 4개 합의서와 개성공업지구법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줄줄이 위반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성공업지구법 제7조는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며 투자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한다’‘투자자의 재산은 국유화하지 않는다’‘사회공동의 이익과 관련하여 부득이하게 투자자의 재산을 거두어들이려 할 경우에는 투자자와 사전 협의를 하며 그 가치를 보상하여 준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