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비할리우드(비영어권) 배우들이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경우는 많지만 상까지 이어진 사례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1961년 소피아 로렌(이탈리아)이 오스카 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마리옹 꼬띠아르(프랑스), 페넬로페 크루즈(스페인), 장 뒤자르댕(프랑스), 크리스토프 왈츠(오스트리아·독일 이중국적) 등 오스카 수상자는 5명이 고작이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년)에 이어 올해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아 비영어권 배우로는 최다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에게 이런 영광을 안긴 주인공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두 번의 인연과 수상으로 이제 명실공히 타란티노의 페르소나로 불리게 된 왈츠(57)를 영화의 홍보사 올댓시네마를 통해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타란티노 감독과 다시 뭉친 소감은.

“우리 두 사람의 동료의식은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에 다시 뭉쳤다고 할 수 없다. ‘장고’의 대본이 쓰여지고 있는 과정에도 우리는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 그 사이 나는 일시적으로나마 배우로서 정점에 올라 있을 수 있었다. 다가올 일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나 할까.”

-감독이 당신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단 말처럼 들리는데.

“타란티노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지만 내 추측으로는 그랬던 것 같다(웃음). 감독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나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고 나로선 그런 점진적인 방식이 마음에 든다. 한편으로 나는 (내색은 안했지만) 스크린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 영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예컨데 훌륭한 수염 같은 것 말이다.

“하하하. 꽤 보기 좋은 수염이긴한데 그건 작품 준비와는 별 관련이 없다. 나는 배우들의 연기를 위한 준비사항에 관한 과장된 이야기들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를테면 인디언 연기를 한다고 해서 미리 천막과 비버 가죽으로 지은 집에 실제로 산다는 식 말이다. 나는 연기라는 건 스크립트를 읽고 자신의 뇌의 역할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본다.”

-장고 역의 제이미 폭스와 앙상블이 멋지더라.

“누군가가 훌륭한 조화라고 언급했는데 나 또한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조화라는 것은 각 원소들이 일련의 방식에 따라 상대 요소와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학적 과정이지 않나. 우리의 연기가 실제로 그랬다. 우리 둘은 경력과 피부색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달랐고 이는 화학적 결합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정말 훌륭한 매체다. 영화 작업 과정 전체가 조합이니까. 디테일, 사실, 사물, 사람들, 서사, 멜로디 모두 다른 것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잖나.”

-미국의 노예제도에 대한 이야기인데, 오스트리아 출신인 당신으로선 쉽지 않았겠다.

“당연히 미국인들과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그건 내게 불리한 것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노예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오스트리아에도 나쁜 일들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노예제도는 아니었다.”

-타란티노와의 관계는 계속되나.

“우리는 직업적이기보다 친구관계에 가깝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의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는 내가 본 어떤 감독들과는 확실히 다르며 단연 창조적이다. 나는 ‘장고’가 완전히 그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의 지휘 아래 최상의 재료를 공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관계는 계속될 것이고 함께 저녁식사를 할 것이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오스카상을 두번이나 받은 소감은.

“꽤 멋지다( It‘s pretty nice).”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