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톨스토이의 명작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1875년 세상에 나온 뒤 수없이 많은 다른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영화도 마찬가지.

특히 아름다움과 연기력을 겸비한 당대의 슈퍼스타들에게 안나 카레니나 배역이 안겨졌다. 이젠 할리우드의 전설이 된 그레타 가르보와 비비안 리, 프랑스가 자랑하는 소피 마르소가 안나 카레니나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28)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나이틀리는 영국 런던 출신의 모델 겸 배우다. 배우인 아버지, 극작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이틀리는 1995년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오만과 편견’(2005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전미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하는 나이틀리와 이 영화의 국내 홍보를 맡고 있는 영화사 하늘을 통해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이틀리는 연기경력이 20년에 가깝고 출연한 영화는 30여편에 이른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안나가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판단할 수 없기에 안나는 어려운 배역이에요. 안나는 죄인인 동시에 무고한 인물이죠. 영화 출연을 위해 다시 책을 읽었어요. 10대 후반인가 20대 초반인가 그 때쯤 읽었을 땐 격렬한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다시 읽으니 안나는 아주 복잡하고, 독특하며, 어두운 인물이더군요.”

안나는 카레닌의 아내다. 카레닌은 러시아 정계 실력자이고, 안나는 사교계의 꽃이다. 존경과 사랑을 받는 안락한 삶이지만 안나의 가슴엔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안나에게 젊고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가 다가온다. 안나는 고루하고 이성적인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뜨거운 사랑을 브론스키에게 느낀다. 욕망에 사로잡힌 안나는 브론스키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안나는 가정을 버리고 도피한다.

주드 로가 안나의 남편 카레닌을, 애론 존슨이 안나와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브론스키를 연기한다.

“안나는 항상 다른 무언가를 찾아요. 안나에겐 절대 충족시킬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거든요. 어떤 사랑을 하든 만족하지 못해요. 브론스키와의 관계도 뜨거운 불꽃이 사그러들자마자 불충분하다고 느끼죠. 안나는 소유할 수 없는 걸 가지려고 하고, 가질 수 없단 것을 깨달았을 때 파괴의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요.”

‘안나 카레니나’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화려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우아하고 세련된 춤을 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저는 몸치예요. 그냥 방방 뛰는 건 좋아하지만 춤 실력은 엉망이에요. 그런데 라이트 감독은 춤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이 영화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행스러운 건 애론 존슨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춤을 잘 못춘다는 것이죠. 이 작품에 참여한 시디 라비 셰르카위 안무가는 실력있는 분인데 그의 지도 만큼 춤을 빨리, 정확하게 배우지 못했어요.”

이 영화를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과는 바늘과 실에 비유할 수 있다. 나이틀리는 ‘오만과 편견’으로 라이트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어톤먼트’에 이어 ‘안나 까레니나’에서 다시 라이트 감독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라이트 감독과 저는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라이트 감독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분인데, 저는 그 점을 존중해요. 무엇인가 만들기로 했으면 거기에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라이트 감독의 이런 사고방식이 저와 통하는 것 같아요.”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