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일 북한 군부 원로인사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 본격적인 대북 양자제재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7일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 채택 직후에 이어 두 번째 제재대상 추가다.

미국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 등에 분산돼 있는 북한 가·차명계좌 150여 개, 위장회사 70여 개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 미국 의회 차원에서도 북한과 연관된 제3국 기업·기관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금융제재를 담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유엔 회원국별 이행조치도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조선무역은행(FTB)과 백세봉 북한 제2경제위원장을 제재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조선무역은행은 이란 등과 탄도미사일 부품 등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광업개발주식회사(KOMID)·단천상업은행 등과 연루됐고, 제2경제위원회는 무기·군수품 조달 및 수출을 관장하는 기구다.

또 미국 국무부도 같은 날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도춘 북한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 주규창 노동당 기계공업부장 등 3명을 제재대상으로 추가했다. 재무부·국무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확산 행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1718호와 1874호, 2087호, 2094호를 위반하고 역내 안정을 해치며 세계 핵 비확산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의무를 준수하고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계속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무역은행과 개인 4명은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 기관(19곳)·개인(12명)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오극렬 부위원장 등 개인 4명은 EU의 기존 제재대상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에서 지정한 연정남 KOMID 대표와 고철재 KOMID 부대표, 단천상업은행 관리 문정철 등 3명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이번 제재 대상에 군부 핵심인사 오극렬 부위원장 등을 지정한 것은 북한의 불법거래에 따른 자금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오극렬 부위원장은 아들 오세원 등을 중심으로 한 북한판 태자당 ‘봉화조’를 통해 가짜담배와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무기거래 등을 통해 ‘김정일 시대’ 통치자금 조성에 관여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박도춘·주규창·백세봉은 ‘미사일 3인방’으로 불리며, 지난해 4월 13일과 12월 12일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 체제’ 비자금 및 통치자금 조성을 차단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에 담긴 금융서비스 제공 및 대량현금 이전 금지 등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방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을 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하원에서도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강력한 대북금융제재를 골자로 한 독자적 제재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