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자동 예산삭감(시퀘스터)이 핵확산 억제, 알 카에다, 사이버 전쟁 등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정보전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특히 460억 달러(50조840억 원) 예산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미 국방부의 경우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은 전세계 262개 지역에 있는 1만6000여 명의 정보요원 조직과 신설된 국방비밀국(DCS)의 붕괴 위기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위협 등을 방어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 전력약화도 예상되고 있다.

3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마이클 비커스 정보담당 차관은 시퀘스터 발동 이틀 전인 지난 2월 27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해 “국방예산 삭감은 핵확산, 알 카에다, 사이버 전쟁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도전하는 최고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 비커스 차관과 함께 참석한 마이클 플린(중장) DIA 국장은 “시퀘스터는 전세계 142개국 262개 지역에 있는 1만6000여 명의 DIA 정보요원 조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을 위해 일하는 이 같은 요원들 없이는 DIA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라면서 시퀘스터 발동에 따라 정보조직이 붕괴 위기에 처하고 있음을 알렸다. 대테러, 핵확산, 사이버전쟁 분야 등에서 최고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DIA가 조직과 요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예산삭감의 불만을 표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은 아·태지역에도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비커스 차관은 “우리의 아시아에서의 안보전략은 앞으로 15년 동안에 걸쳐 상당히 중요하고 다른 성격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라면서 “정보를 획득하고, 감시하고 정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DCS를 설립했는데 예산삭감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DCS는 미 국방부의 별도 해외 첩보조직으로 지난해 4월 설립됐다. 기존의 정보국을 ‘전쟁 대응’에서 ‘정보 수집’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으며 북 핵실험 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 3일 AP는 “시퀘스터에 따른 미군의 전력 약화는 아시아로 중심을 이동시키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