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에 들어간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보장 지출축소와 부유층 증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마지막 절충작업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폐쇄(셧다운) 시한인 3월 27일까지 ‘끝장 협상’을 다시 벌여 예산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안이 통과되고 정부 폐쇄 위기를 간신히 넘긴다고 해도 예산 삭감의 충격은 불가피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은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켜 2014년 하원선거에서 ‘여대야소’ 정국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3일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 발동 해결을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과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 경제자문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진 스펄링 의장은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2일 오후 양당 일부 의원과 회동하고 초당적 합의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등을 비롯한 사회복지 지출을 감축해 세출을 줄이고, 상위계층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코드를 변경해 세수를 늘리는 패키지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들은 ‘증세 불가’를 외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폐쇄 사태를 막기 위해 예산안은 통과시키더라도 증세 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화당의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NBC의 ‘밋 더 프레스’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해결될지는 모르지만 대통령과 민주당은 재정문제에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넬(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도 CNN에서 “앞으로 6개월 동안 850억 달러(시퀘스터 자동삭감액)의 예산을 삭감하되 항목을 달리하는 방안은 언제든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정부 폐쇄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권이 극적 타협에 성공하더라도 대규모 예산 삭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1일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850억 달러 예산 삭감으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0.7%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3일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피하려고 타협을 하는 대신에 공화당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2014년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