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전격 사퇴하자 여야 정치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사퇴 이유로 정부조직법 미처리 상황을 든 것과 관련, 여당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인재를 잃게 됐다”며 야당을 비판한 반면, 야당은 “사퇴 이유에 대해 다른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가 사퇴 회견에서 야당을 비판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성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성공한 재미 사업가로서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지만 언론 검증이 본격화하자 사퇴한 것”이라며 “미 중앙정보국(CIA) 연루 의혹, 부적절한 자산 축적 논란 등 공직 후보자로서 소양이 부족했던 그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한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드러났다”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원칙한 부실 인사이며, 모든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정치 난맥상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자유일 수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는 데는 여당의 억지 등 여러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신 분이 이런 이유를 들어 사퇴하면 국민은 사퇴 이유에 대해 다른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불발된 청와대 회동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역대 어느 정부도 야당 대표를 이런 식으로 부른 적이 없었는데 이 문제로 사퇴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국제적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성공한 경력 등을 이유로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핵심부처의 수장으로 영입했는데 이렇게 사퇴한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일단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함께 왔던 서상기 의원은 “나도 이런(사퇴) 내용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침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소식이 전해져서 지도부도 모두 당황했다”며 “훌륭한 인재가 늦게라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왔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이유도 아니고 정치적 상황 때문에 김 후보자 본인이 발붙이고 일을 할 수가 없어 사퇴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꼭 야당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여야가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방송 관련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반대하며 정부조직 개편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 화살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황우여 대표는 “김 후보자의 사퇴 재고를 건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