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장관직을 내던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만큼 전격적인 사의 표명이었다. 김 후보자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국적을 변경하면서까지 장관직을 수행하려 했던 김 후보자가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이 계속되면서 극심한 회의감이 작용해 사의 표명으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 곳곳에서 ‘참담’ ‘답답’ ‘산산조각’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그간의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떼며 시작한 2분여간의 짧은 브리핑은 결국 “조국을 위한 헌신의 마음을 접으려 한다”로 마무리됐다. 특히 김 후보자가 사퇴 이유를 밝히며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이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그의 사퇴가 향후 정부조직법 개편안 여야 협상 과정에서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 경력 등으로 흠집이 생기면서 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쯤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 표명 정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강했다. 이 기자회견도 기자들에게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아 김 후보자가 모습을 드러낸 뒤 취재기자와 촬영기자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에서 정치권의 합의를 촉구하는 일반적인 회견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문 내용이 담긴 아이패드를 회견대에 올려놓고 서 의원과 과학기술과 관련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어제(3일)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문을 열며 사퇴를 암시했고 결국 직접적인 사퇴의사를 밝히며 마무리됐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깜짝 사의 표명에 기자들이 대거 회견장 근처로 몰렸지만 김 후보자는 2분가량의 회견문을 읽은 뒤 곧바로 브리핑룸을 떠났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상의한 것이냐” “언제 결심했느냐”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사퇴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짤막하게 “네”라고 답변했을 뿐이다. 김 후보자는 또 “(국내에서) 기업활동 이외에 다시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사퇴 하루 전인 3일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