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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들에게 ‘남성갱년기’는 조금 생소한 단어다. 대부분 ‘갱년기’를 ‘폐경기’와 같은 의미로 여성만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년여성이 갱년기를 겪듯 중년남성에게도 성욕감퇴나 우울증 등 남성갱년기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여성과 달리 남성갱년기는 본인도 모르게 찾아와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알아챌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전립선비대증이나 발기부전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갱년기를 진단받는다.

여성에서의 폐경이 여성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듯 남성도 40대부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해 여러 가지 불편함이 나타난다. 이를 의학계에서는 ‘남성갱년기’라고 한다.

한국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평균 수치는 서양인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남성들이 서양인에 비해 성기능 장애 등의 갱년기 증상을 보다 일찍, 보다 심하게 겪을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약 30%가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남성갱년기 증상으로 성욕 및 발기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남성갱년기는 생활 전반에 걸쳐 무기력함을 맛보게 한다. 40∼50대 남성들에게서 종종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연한 노화현상이 아니라 남성갱년기로 인한 증상들이다.

남성갱년기의 심리증상으로는 ▲기억력 및 집중력 감소 ▲짜증, 우울 및 초조감이 자주 생기고 ▲의욕이 감소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심혈관 증상으로는 ▲식은땀이 자주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면증 횟수가 많아진다. 신체증상으로는 ▲항상 피곤하며 무기력하고, 아랫배가 나오며 ▲근육의 양이 줄고 힘이 떨어지고, 뼈마디가 쑤시고 ▲수염과 신체의 털이 적어진다. 또 성적증상으로는 ▲성욕이 감소하고, 발기가 잘 안 되며 ▲사정액의 양이 줄고 성적쾌감이 적어진다.

남성갱년기 환자들을 위한 의학적인 치료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있다. 이 요법은 성기능 장애를 위해 많이 처치가 됐었는데 남성갱년기 증상에 대해서도 기대할 만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경구약제, 주사제, 경피제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와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 치료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생리적 상태와 가장 근접하게 호르몬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혈액이 끈적끈적하게 변해 뇌경색이나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전립선암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호르몬 보충요법 치료 중에는 반드시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더라도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남성의 기본적인 생리이며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인 문제를 호소하고 해결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갱년기에는 남성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의욕이 감소돼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 결과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없어 가정의 큰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다.

심봉석 이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갱년기 극복을 위해선 우선 이 질환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남성갱년기라고 판명을 받았을 경우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흡연과 과음을 삼가야 하며, 의사의 정밀한 진찰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으면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갱년기를 치료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