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낙지는 무기력감에 빠진 남성들에게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해주는 음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포장마차에서 산낙지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일 때 심심찮게 등장하는 얘기다. 그런데 과연 낙지에게 그런 효능이 있긴 있는 걸까.

조선시대의 어패류 생태보고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실제로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또 예로부터 바닷가 어부들은 낙지를 ‘갯벌 속의 산삼’으로 부르며 산모에게 낙지를 넣은 미역국을 끓여먹였다고 한다.

낙지의 영양성분들을 분석해 보자. 그러면 ‘힘 못쓰는’ 중년남성들에게까지 왜 낙지가 추천되는지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낙지에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B1(티아민)과 B2(리보플라빈), B3(니아신), 인, 철분 등 각종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다.

낙지의 영양성분 중에서도 단백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낙지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16.3g으로 일반 수산물(20g)에 비해 그다지 높지는 않다. 그러나 낙지의 단백질에는 몸에 필요한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우선 타우린부터 보자. 낙지에는 타우린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이 100g당 854㎎이나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숙취해소는 물론 피로해소나 시력개선 효과를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타우린은 2차 대전 중 전투기 조종사에게 투여된 적이 있고, 요즘 피로해소제로서 시판되고 있는 드링크제에도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낙지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 중엔 타우린 외에도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 황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아미노산이 있는데 이 같은 함황 아미노산은 피로해소와 병후 원기 회복에 유익하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전복, 홍합, 피조개, 바지락, 굴 등이 피로해소 식품으로 권해지는 것도 낙지와 마찬가지로 함황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우린의 진짜 뛰어난 효능은 혈관 내 혈소판 응집작용을 비롯한 각종 혈관계 질환의 예방이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생성을 억제하고 혈관조직에 침착한 콜레스테롤을 분해시키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의 양을 증가시켜 혈관계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남성갱년기 증상 중 하나인 발기부전이 혈류가 원활하지 못해 나타난 것인 만큼 타우린 섭취를 통해 어느 정도 증세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타우린과 함께 히스티딘 등의 아미노산도 낙지에게 ‘천연자양 강장제’라는 명예를 안겨주는 성분들이다. 특히 성장기의 필수 아미노산으로 통하는 히스티딘은 성적 욕구 및 능력을 향상시키는 아미노산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성관계 1시간 전 히스티딘을 먹은 여성들의 성감이 훨씬 향상됐다는 결과도 있다.

또 남성에게는 히스티딘이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에 도움을 준다. 발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혈관 확장,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 등의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또 히스티딘은 저산증에 위산분비를 촉진해 소화기능을 증강하고, 혈압을 올리며 폐 기관 근육 강화와 면역 강화 기능도 지녔다. 그러나 히스티딘의 섭취량이 지나치면 분노 등의 신경증을 유발한다는 이론도 있다.

한편 낙지는 대표적인 산성식품이다. 따라서 몸의 균형을 위해 알칼리성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무교동 낙지집에서 밑반찬으로 콩나물을 내놓는 이유는 콩나물이 알칼리 식품이기 때문이다. 낙지찜에 콩나물을 넣으면 음식의 균형이 잡히고, 맛도 좋아진다. 또 콩나물은 낙지볶음이나 찜의 매운 양념에 지친 혀를 달래준다. 한방에서는 낙지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낙지의 맛은 계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봄철에 산란해 발이 국수 가락처럼 가는 낙지를 호남에서 세발낙지, 서산 태안 지방에서는 밀낙이라고 각각 부르며 회나 탕으로 즐겨 먹었다.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산란기를 거친 오뉴월 낙지의 경우 영양가가 다 떨어져 맛이 없다고 해 나온 얘기다.

＜도움말 = 조영제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한국생선회협회 회장)＞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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