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직 후보자가 이중국적자이거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역을 지냈으므로 언제든 국익을 저버릴 수 있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낡은 사고입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이중국적 논란에 이어 미 CIA 자금으로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와 CI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장관직 수행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이 일자,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그런 이력과 경력이 잘했다는 것보다는 그걸 문제 삼는 게 구시대적 사고라는 것이다.

이내영(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후보자의 CIA 자문 이력을 우려하는 것은 이민자는 언제든 국익을 저버릴 수 있는 배신자로 생각하는 낡은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의심이 간다면 장관 퇴임 후 해외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로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자수성가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일꾼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을 정보원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의 김 후보자의 선택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미국 정보기관의 자문위원을 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한국 양측에 모두 바람직한 인선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과학기술을 다루는 한 부처의 장관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의 국무위원으로서 취득하게 되는 각종 정보유출 우려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전력이 결격사유로까지 작용하는 것은 국제화시대에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하루 전인 19일 자료를 내고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서 보안 문제에 대해 자문한 것으로 장관직 수행에 결격 사유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벨연구소 소장 재직 시절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여간 CIA 외부자문위원회의 비상임 위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CIA 자문위원에는 미국의 안보 분야 유력 인사가 대거 포함돼 있었다.

2009년 9월 9일 리언 패네타(현 국방장관) 당시 CIA 국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 후보자 등 자문위원들과 회동한 사실을 알리면서 “자문위원들이 대테러와 사이버 안보, 해외 교전 지역 등에 대한 업무 브리핑을 받은 뒤 CIA 임무 달성을 위해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 밖에도 CIA 자금으로 1999년 설립된 벤처 투자회사 인큐텔 이사를 지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