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기신정기 공장 항온항습실에서 한 직원이 몰드베이스(금형 틀)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 =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면 금형은 제조업의 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조업의 근간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이지요.” 지난 7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금형 기자재 전문 생산업체인 기신정기 본사. 김학준 경영기획실 대리가 이같이 말하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공장 규모만 1만3220㎡에 종업원 455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에선 월 7500세트의 몰드베이스 제품이 생산되는데 기자가 방문했을 때 생산라인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제조 몰드베이스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기초산업인 금형(金型)이란 동일한 형상이나 규격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모체가 되는 틀을 말한다. 제품이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이뤄진 경우의 금형은 사출금형이라고 한다. 사출금형을 사출기에 장착하고 제품의 원료인 플라스틱 수지를 용융 상태로 금형에 충전해 제품을 성형하고 냉각 후 금형이 열리면 제품 생산이 완료된다. 사출금형은 자동차 부품과 휴대전화, 생활가전, 생활용품 등 대량 생산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제품은 사출기에서 원재료를 고온·고압으로 주입해 형태를 바꾼 후 냉각해 다시 추출함으로써 제작되는데,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모든 구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틀을 몰드베이스(mold base)라고 하며 서울 금천구 독산동, 구로동, 경기 부천시, 인천 남동공단, 경북 구미 지역 등에 주요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다.

김 대리는 “기신정기의 몰드베이스는 포스코 및 일본 고베제강의 정품 S55C(기계 구조용탄소강)를 사용하며 표준화된 규격만 3000만 종에 이르고 유연생산체제를 갖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히며 항온항습실에서 정밀가공을 진행 중인 스마트폰용 몰드베이스를 가리켰다. 항온항습실은 항상 똑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신정기가 국내 중소 금형업체 최초로 설치한 품질관리시설이다. 철은 보관온도가 적정온도보다 1도라도 변하면 0.001㎜ 수축되거나 늘어나는데 기신정기는 이러한 미세 오차마저 줄이기 위한 항온항습실에 시가 15억 원에 달하는 스위스산 초정밀가공장비인 하우저(Hauser)까지 도입해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독일, 일본, 대만과 함께 세계 4대 금형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경쟁력은 이곳에서 나오는 듯 보였다.

품질을 인정받은 덕분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스마트폰용 몰드베이스를 독점 납품하고 있으며 자동차의 해외수출 증가와 정보기술(IT)산업의 호황으로 몰드베이스 수요가 덩달아 늘면서 제조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08년 매출 743억 원에 영업이익 128억 원을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엔 매출 834억 원과 영업이익 17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21.4%를 기록하는 등 설립 후 꾸준히 영업이익률 20% 선을 유지하고 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웬만한 대기업조차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성과다.

경기침체가 이어진 2011년에도 매출 919억 원과 영업이익 205억 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은 1035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경기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성장세다. 오늘날의 기신정기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는 것도 놀랍다. 창업주인 윤종수 회장은 금형 기자재에 대한 산업적 기반이 취약하고 변변한 제조시설도 없었던 1975년에 기신정기의 전신인 기신산기를 설립해 맨손으로 금형 기자재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금형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던 일본의 후타바(FUTABA)사와 합작 형태로 1988년 기신정기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표준 몰드베이스 생산을 시작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포스코와 고베제강으로부터 몰드베이스의 주원료인 열연후판(S55C)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환율 급등락으로 이익이 급감하기도 했지만, 이를 포스코와의 파트너십으로 기존 123㎜였던 생산규격을 183㎜까지 늘리는 독자 제품 개발을 통해 매입비용을 고정시킴으로써 극복해냈다.

박승용 기신정기 경영기획실 이사는 “현재 포스코와 기신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열연후판에는 양사의 앞 문자가 조합된 PK-S55C라는 제품명이 명기돼 있을 정도”라며 “올해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스마트폰 물량이 30% 이상 증가하고 자동차 부품 물량도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인천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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