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녹두는 풍부한 영양성분과 뛰어난 효능으로 인해 ‘음식이 약이다’, 즉 의식동원(醫食同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음식 섭취에 신경을 쓰는 이들에게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은 ‘적’이나 마찬가지다. 상에 오르는 음식은 모두 칼로리가 높고 기름진 것뿐이며,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과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끊임없이 먹을거리가 유혹하는 명절에도 잘 가려 먹으면 오히려 요즘 화두인 ‘디톡스’ 효과까지 보며 ‘음식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있다. 명절음식 중에는 어떤 것이 디톡스 기능을 지녔을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녹두를 꼽는다.

물에 불린 녹두를 맷돌에 갈아 고사리와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고 기름에 둥글게 지져낸 녹두전은 명절상 단골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이 녹두전을 통해 녹두를 즐겨 먹으면서도 정작 녹두의 효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녹두는 레몬 못잖은 디톡스 음식이다. 녹두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주요 영양성분 때문이다.

녹두의 주요 영양성분들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사람 몸의 주요 해독기관인 간에서의 디톡스 경로를 살펴보자.

간은 두 가지 경로(phase1, phase2)를 통해 유해독소들을 해독해 대소변으로 배출한다. 페이즈 원(phase1)에서는 독성물질을 독성이 덜한 화학물질로 전환시키는데 이때 일어나는 화학반응 과정에서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원활한 간 해독을 위해서는 해독기능을 강화해주는 영양성분인 비타민B 복합체는 물론,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항산화제가 필요하다. 페이즈 투(phase2)에서는 독성 화학물질을 담즙이나 소변 등 수용액을 통해 체외로 배출시키는데 이때 필요한 영양성분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각종 아미노산들이다.

그러면 녹두에는 어떤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을까. 녹두는 비타민B1, B2, 니아신, B6, 판토텐산 등 비타민B 복합체를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다.(표 참조) 이와 함께 녹두는 항산화 기능을 지닌 플라보노이드 함량도 높아 간의 해독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잡아준다. 간에서의 페이즈 원 해독 과정에 모두 유효한 성분들이다.

또 녹두는 페이즈 투 해독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아미노산 성분들이 풍부하다. 해독을 돕는 녹두의 아미노산으로 대표적인 것이 시스테인, 글리신, 아스파르트산, 알라닌, 아르기닌 등이다.

녹두의 항산화 기능과 관련해 녹두껍질에 풍부한 비텍신과 이소비텍신 성분도 떼놓을 수 없는데 항산화 효능은 물론, 피부미백에 효과적이어서 노화를 예방하는 화장품 재료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녹두의 이 같은 해독 효능은 한방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있다. 조선시대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쓴 한국 최초의 식이요법서 식료찬요에는 ‘종기를 없애고 하기(下氣·기를 아래로 내려 보내는 작용)하려면 녹두를 삶아서 먹는다. 단독, 번열(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 풍진을 치료하고 열을 누르려면 녹두를 날로 갈아 그 즙을 복용한다. 또한 삶아 먹어도 된다’는 내용이 있다. 중국 명나라의 의서 ‘본초강목’도 녹두에 대해 ‘해독작용이 강하고 기운을 만들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경맥을 잘 통하게 하여 오래 먹어도 몸에 해가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해독 기능 때문에 한의원에서는 일부 질환의 처방시에 녹두 음식을 금하기도 한다. 녹두의 뛰어난 해독 작용이 한약의 작용조차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녹두전 한 접시(100g)의 열량이 100㎉ 정도 되므로 과식하지 않고,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녹두를 구입할 때는 껍질에 광택이 나지 않고 거친 것이 좋다. 또 진한 녹색을 띠며 크기가 작은 것이 좋다. 구입한 녹두는 쌀처럼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저장해야 한다.

＜도움말 =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윤승일 빙빙한의원 원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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