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 공직자 윤리나 편향성 문제는 물론, 이 후보자의 비리 의혹을 실정법상 횡령범죄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도덕성 논란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로 몰고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시작된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항공권 ‘깡’ 문제 등을 ‘횡령’으로 규정하며 이 후보자를 강도 높게 추궁했다. 도덕적·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실정법 위반, 즉 불법성을 부각시켜 낙마시키겠다는 청문회 전략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지명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이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일단은 민주당의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청문회 이후로 판단을 유보한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헌법재판소장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다양성과 통합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며 “제가 청문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헌법재판소장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면 모든 힘과 정성을 쏟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관련의혹에 대해 “공무원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지만 조금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항공권 깡 관련의혹에 대해서도) 제보한 사람들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는 우선 공금 유용과 관련한 문제가 집중제기됐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계좌에 매월 300만~500만 원의 현금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반드시 증빙하도록 돼 있는 기획재정부 지침을 어기고 단 한 푼이라도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이 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자가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청문과정에서 살펴봐야 하지만 수천만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이 후보자가) 국민의 혈세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참 많다”며 “이런 것들을 오전에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종·김동하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