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한 교사 단체가 “당신의 아들이 브이넥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면 동성애자인지 의심해봐라”라는 등의 지침이 담긴 안내문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말레이시아 교사 재단(TFM)이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문을 보냈다. 안내문은 브이넥 티셔츠, 민소매 티셔츠, 몸에 딱붙는 옷, 밝은 색의 옷을 즐겨입는 남자아이는 동성애자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TFM은 “동성애 성향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10여차례 열어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모하드 푸아드 자카시노트 교육부 장관은 “성전환자나 동성애자가 될 초기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동성애를 병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서 이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건강하지 못한 행동들로부터 격리시켜 동성애의 확산을 막아야한다”고 밝혔다.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이런 지침은 청교도적 도덕을 강요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와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말레이시아 현대 사회에는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이지만,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신자로 동성애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2000년 동성애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고 2004년 무죄 판결로 풀려난 후, 2008년 또 다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 2012년 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브이넥 티셔츠는 1930년대 영국 윔블던 대회 등 국제 테니스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스포츠 스타 프레드 페리가 입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자인이다. 현재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