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도덕성 논란과 위법 의혹에 휩싸여 국회 임명동의 절차의 난항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2006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던 인연의 연장선상에서 감싸돌지만 민주통합당은 1월 국회의 최우선 현안으로 낙마를 벼른다. 21∼22일 인사청문회부터 파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그 첫날이 이강국 현 소장 퇴임일이어서 후임 제5대 소장직의 공백(空白)은 이미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9월 20일 가까스로 9인 체제를 회복한 헌재가 다시 위헌 상황에 빠져드는 것이다.

의혹은 굵게 네 줄기다. 첫째, 2008년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헌재 사무처에 대달라고 한 개인 차량 유류대를 거절당하자 그 대신 번호판 끝자리가 다른 관용차 추가 배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헌재 수장(首長)에 앞서 공직자로서의 자질 일반을 저울질하게 한다. 둘째, 2005년 말 수원지방법원장으로서 송년회 때 삼성으로부터 경품을 협찬받아오라고 준비팀에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본인은 14일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법관윤리강령 제6조가 금한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할 경제적 행위’라는 의심을 지우진 못한다. 셋째, 주민등록법 위반도 예외 아니다. 본인은 1995년 세대 분리해 분당으로 전입신고한 것이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해 불가피했고 탈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설사 진실이라도 헌재소장 후보의 실정법 위반이라는 역(逆)상징성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넷째, 2011년의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본인도 일단의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조율을 거쳐 3일 이 후보를 인선하면서 ‘헌법권위자’ ‘자유민주적 헌법질서에 대한 수호 의지’를 강조했었다. 그런 가치관 너머의 일상(日常)은 ‘법, 원칙’과 거리가 먼 일면이 적나라하다. 헌재 역사상 첫 헌법재판관 출신 소장을 맞는가 하던 기대는 도덕성·위법 논란에 압도당한 양상이다. 4반세기 연혁의 헌재인 만큼 ‘법과 원칙의 수장’과 함께 새 지평을 지향할 때가 되고도 남았다. 인사청문회에서의 철저한 검증과 국회의 판단이 우선이지만 그에 앞서 이 후보 스스로 거취를 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