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혼잡한 눈썰매장 13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눈썰매장이 적정 인원을 넘어서는 입장객을 받는 바람에 어린이와 부모 등이 대거 몰려들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올라간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어린이회관 눈썰매장’. 따뜻한 주말을 맞아 눈썰매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렸지만 이날 눈썰매장을 찾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은 수용인원을 한참 넘어선 인파와 바가지 요금, 안전사고 위험 등에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육영재단이 어린이를 위해 만든 어린이회관이 실제로는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날 눈썰매장에는 오후 3시까지 6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지만 입장 제한 등 조치는 전혀 없었다. 세 자녀와 썰매장을 찾은 김모(31) 씨는 “사람들을 충분히 받을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입장시키면 찾아온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썰매장이 어른, 아이 구분도 없이 일괄적으로 9000원을 받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썰매를 타러 왔다는 주부 김모(36) 씨 역시 “점심을 먹는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에 바닥에 음식 조각들까지 널려 있어 너무 불결했다”며 “아이들이 즐겨 먹는 1000원짜리 과자를 세 배나 비싼 값에 팔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먹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육영재단이 소유하고 R업체가 입찰을 통해 운영 중인 어린이회관 눈썰매장은 어린이 복지사업을 위해 세워진 재단 설립취지가 무색하게 성인과 어린이 구분 없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른 눈썰매장(5000∼8000원)보다 비싼 9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미흡했다. 33.1㎡(10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의료실에는 파스와 연고, 밴드 등 기본 의약품만이 갖춰져 있었다. 한 어린이가 손에 타박상을 입고 왔지만 파스를 뿌린 뒤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안전요원 역시 120m와 80m 길이의 두 슬로프에 각각 4명씩만 배치돼 밀려드는 사람들을 빼내기 바빴다. 썰매 타는 순서를 기다리는 곳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어 새치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입장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주부 손모(36) 씨는 “관리도 엉망이고 안전도 엉망”이라며 “다신 오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육영재단은 1969년 당시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위해 설립했으며 현재 어린이회관 및 부설 유치원 운영,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국제교류사업 지원 등 다양한 어린이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982년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동생 박근령(59) 한국재난구호 총장과의 분쟁 끝에 1990년 사임했으며 박 총재 역시 2008년 물러나 이후 재단은 법원이 선임한 9명의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