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웰니스센터 침구실에서 송미연 센터장이 요통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직장인 이모(48) 씨는 3년 전부터 허리가 아프고 왼쪽 다리가 저린 증상으로 고생해 왔다. 오래 앉아 있거나 운전을 하면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왔고, 골프 등 가벼운 운동만 해도 다음날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처음 찾아간 집 근처 병원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이 씨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일명 허리 디스크) 초기 단계라는 진단을 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추간판이 밖으로 빠져나와 주변 신경을 자극, 허리 통증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 씨는 이후 병원에서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했고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통증의 강도와 빈도만 증가할 뿐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큰 병원에 가서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웰니스(Wellness)센터를 찾아왔다. 이 씨는 “더 이상 치료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최대한 수술은 피하고 싶어 한방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미연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웰니스센터장(한방재활의학과 교수)은 “이 씨에게 하지마비나 대소변 장애 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는 필요없다”며 2주간 침 치료를 통해 이 씨의 허리 통증을 완화하고 이후 추나 치료를 병행해 자세를 교정하는 데 주력했다. 이 씨의 경우 오른쪽 다리를 위로 포개는 형식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때문에 우측 골반이 좌측에 비해 1㎝ 정도 높게 자리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자세 교정 후에는 복근운동과 걷기운동 등 재활치료를 통해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했다. 치료를 받은 지 2개월 정도 지난 후 이 씨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치료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중요한 것은 허리통증의 ‘진짜’ 원인. 이 씨는 많은 중년 회사원이 그렇듯 잦은 회식과 운동 부족으로 심한 복부 비만 상태에 있었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었다. 송 교수는 “통증만 없애주는 것은 근본적 치료가 아니다”며 “허리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환자는 또다시 병원을 찾게 될 것”이라 했다. 이 씨는 송 교수의 설득으로 현재 이곳에서 재활 치료와 함께 비만 해결을 위한 마음 치료를 받고 있다. 명상과 기(氣)수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식욕을 억제하는 심리치료와 영양관리도 받고 있다. 이 씨는 “마음 치료 이후 체중이 4㎏ 정도 빠졌다”며 “허리 통증은 물론 몸이 많이 가벼워져 더 건강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웰니스센터는 이렇듯 허리 통증을 단순히 척추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환자의 몸에 허리 통증이라는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그 원인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를 ‘맞춤 치료’라고 설명했다. 웰니스센터는 크게 비만 체형과 한방재활, 마음 건강 3개 파트로 나눠져 운영되는데, 그는 이들이 고리처럼 연결돼 문제를 풀어낸다고 했다. 송 교수는 “척추 측만증으로 인해 골반 높이에 차이가 나면서 오는 하체 비만과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배에 체내 지방이 축적돼 생기는 복부 비만은 같은 비만이 아니다”라며 “허리 통증도 비만, 자세, 스트레스, 노화 등 그 원인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에 센터는 환자의 진단을 위해 협진을 통해 MRI와 엑스레이는 물론 자율신경검사, 맥전도 검사, 골도법 측정 등 한방적 진단법을 적극 활용해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후 침 치료와 추나요법을 통해 통증을 줄이면서 진짜 원인을 장기간 시간을 들여 해결하는 2차 치료를 시행한다. 각 원인에 맞는 명상치료와 함께 한약처방, 웃음치료, 운동치료가 시행되는데 특히 운동의 경우 하나의 근육 단위보다 여러 근육이 연결된 기능 단위로 재활토록 하고 있다.

또한 웰니스센터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치료하는 ‘심신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송 교수는 “환자들이 아플 때 몸만 치료하려고 하지만 마음이 치료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 모두를 치료해야 진정한 치료로 본다”고 했다. 부분보다는 전체,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하는 치료 방식이다.

‘미병(未病) 치료’ 또한 여기서 파생된 개념이다. 우리는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때때로 확실한 진단이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한다. 허리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는데 MRI나 엑스레이를 통해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흔히들 ‘꾀병’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의학은 이를 질병이 생기기 전인 미병 단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이런 미병은 언제든 밖으로 증상이 드러나는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센터는 미병을 치료의 영역으로 보고 관리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허리 통증은 디스크가 어느 정도 튀어나왔는가보다 환자가 얼마나 힘든가에 중점을 둬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