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 경제에 ‘J 리스크’(일본 위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화 약세’를 밀어붙이는 데 이어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제조업 지원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키울 경우 한국 기업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국의 새 정부도 경제민주화 논리에 얽매이기보다 일본의 ‘제조업 총력지원’에 맞서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지난해 12월 신설한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 특구 창설 계획 등 제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경제재생본부는 8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6월까지 구체적인 제조업 성장 전략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부는 ‘강한 일본 경제’ 부활을 위해 제조업 분야에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보이고 있다. 전자·기계 등 제조업체가 보유한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직접 공급하고, 최신 설비를 도입할 때 비용 33%를 보조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신년사에서 “제조업에 1조 엔(약 12조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와 함께 무제한적인 통화 발행을 통해서라도 ‘엔저(低)’ 정책을 펼쳐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물가 상승을 통한 내수 진작 등 효과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엔저 정책이나 제조업 지원 정책 모두 한국 기업들엔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을 기준으로 산출한 한·일 간 수출 경합도는 48.2로,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서 한·일 간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다”며 “특히 한·일 간 경합하는 수출 품목 모두 제조업 분야여서 일본의 제조업 강화 정책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범·김하나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