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민당 정권 출범을 지켜보는 한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웃나라의 새 정부에 일단 덕담을 건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나 26일 발표된 아베 신조 총리의 내각 면면을 보면 그럴수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본인을 비롯, 내각 구성원 18명 중 11명이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미화하면서 망언(妄言)·망동(妄動)을 일삼는 인사들이다. 한마디로 역사 퇴행적·시대착오적 내각이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이날 밤 늦게 침략 역사를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 계승 방침을 밝혔지만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총무상과 행정개혁담당상에 각각 기용된 신도 요시타카 의원과 이나다 도모미 의원은 지난해 8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기며 한국의 실효지배를 비난하기 위해 울릉도를 방문하려던 ‘독도 쇼’를 벌인 인물들이다.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던 자들을 입각시킨 것은 그 자체만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도발’이다. “종군간호부나 종군기자는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다”는 망언을 한 시모무라 하쿠분 의원은 문부과학상에 임명됐다. 역사왜곡과 교과서 개악(改惡)을 통해 미래세대까지 침략사관을 심어놓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가 이런 내각을 구성한 의도는 분명하다. 한국·중국 등과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잃어버린 20년’과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국제적 위상 추락에 직면한 일본 내부의 국수주의 정서, 과거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에 편승하면서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최고 선진국이자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이런 모습은 분노를 넘어 측은지심(惻隱之心)까지 자아내게 한다. 문명국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조차 포기한 내각 구성은 국제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가 구조적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역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응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