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킨 12·19 민의(民意)는 무서울 만큼 냉철했다. 대한민국의 과제이자 시대정신인 선진국 진입과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끌 주역으로 범(汎)우파 후보를 선택해 국운(國運) 융성을 꾀하면서도, 범좌파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집권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과반(過半) 득표율(51.6%)을 달성한 데다 첫 여성 대통령, 부녀(父女)대통령 기록도 세웠다. 제3후보가 없이 범우파와 범좌파 진영의 1 대 1 구도 속에 치러진 선거전에서 박 당선인은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해 대통령으로서의 대표성도 크게 높였다. 또 1987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여당으로부터 축출되지 않는 첫 경우여서 책임정치와 정당민주주의 정착에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승리의 기쁨을 느끼기 이전에 문 후보를 선택한 1460여만(48.0%) 국민의 패배감과 박탈감을 먼저 감싸안고 ‘국민 행복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100% 대한민국’을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반대세력도 ‘우리 대통령’이라고 느낄 것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사상 최대 표차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독주(獨走)와 오만, 무능으로 취임 몇 달 만에 대실패에 봉착했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과 과도한 경제민주화는 금물

박 당선인은 우선 대통합, 대탕평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가치·빈부·지역 간 갈등의 골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박 당선인 스스로 “대통합의 시작은 지역균형 발전과 인사(人事)탕평”이라고 밝힌 데서도 드러나듯 인사가 만사(萬事)다. 측근 중심의 인사에서 탈피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 새 정부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강을 건너면 뗏목을 두고 가듯 선거 공로자와 국정 책임자는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국가지도자연석회의’를 최대한 빨리 출범시켜 취임 이전에라도 야당 지도자들과 실질적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종북(從北) 등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대해서는 양보 없이 결연히 맞서 반드시 퇴출시키고 법치를 실현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민생 대통령을 공약하면서 ‘중산층 70%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3%대로 하락하고 가계빚 1000조 원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고용 악화도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두 후보가 무더기로 쏟아낸 반값·무상 공약들로 인한 기대·의존 심리마저 잔뜩 높아져 있다. 박 당선인이 내건 201개 공약을 실천하는 데만 131조 원의 재원(財源)이 소요된다. 기업들은 박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의 이행을 주시하면서 행여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성장의 동력이 될 기업들에 힘을 주기 위해 과도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조정도 필요하다.

對北원칙 지키며 自由民主 통일 추구하길

박 당선인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는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에 대처하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추가 핵실험을 위협하는 등 개혁·개방으로의 변화는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오는 26일 일본에 아베 신조의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화민족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 공산당총서기의 중국, 1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시작되는 미국, 아시아·동북아·한반도를 사이에 둔 이들 G2국가의 주도권 각축도 격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당선인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초석을 다져나가야 한다.

‘안철수 바람’으로 나타났듯이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에 대한 국민의 요구 역시 절실하다. 국회의원들의 특권폐지와 국회 활성화 등 과감한 정치개혁을 실현시켜야 한다.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측근과 친인척·고위공직자 비리척결에 대한 당선인의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이 “나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라고 했듯이 한국 현대사의 영욕(榮辱)을 온몸으로 함께해 왔다. 이제 ‘행복 대한민국’건설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 세계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박 당선인은 통합(統合)과 성장(成長)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