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대 후반의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인사를 나누고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물어봤다. 얼마 전부터 고환 밑 쪽 부분이 이상하게 불편해서 괜찮아지겠지 하고 지냈는데 별로 좋아지지 않는 것 같아서 왔다고 한다.

필자가 다시 고환과 항문 사이가 불편하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회음부 불편감 말고 소변 보거나 발기라거나 특별히 다른 불편감은 없다고 한다. 우선 환자에게 전립선염증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소변검사를 한 뒤 전립선 마사지를 준비했다.

전립선 마사지라는 것은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전립선을 촉지한 뒤 전립선을 꾹꾹 누르는 마사지를 해서 전립선액을 요도 쪽으로 받아내는 검사를 말한다. 이 전립선액은 실제로 정액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체액이다. 전립선염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검사법이다.

그런데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전립선을 촉지하는데 왼쪽과 다르게 오른쪽에 딱딱한 결절이 만져지는 것이다.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선은 혹시 몰라서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 PSA)이라고 하는 전립선 피검사를 진행했다.

보통 40세 미만인 경우에는 반드시 진행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임상적으로 암이 의심된다던가 진행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진행을 하는 검사다.

PSA라고 하는 것은 전립선의 상피세포에서 합성되는 단백분해 효소다. 전립선암의 선별에 이용되는 유용한 종양표지자 검사다. 하지만 PSA는 전립선 조직에는 특이적이지만 종양에는 특이적이지 않아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 경색, 급성 요폐 등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우선은 환자에게 현재 상태가 어떤지를 설명했다. 전립선염이 의심돼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명확치는 않지만 (암인지 아니면 다른 병변인지) 의심스러운 병변이 만져지는 상황이고, 피검사를 통해 좀 더 정밀하게 검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영상적인 면에서 전립선초음파를 통해 보다 정밀하게 전립선을 검사해 보자고 권유했다.

환자분은 많이 당황했는지 우선은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피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다시 내원하기로 했다.

피검사 결과 환자의 PSA는 20ng/㎖가 넘게 나왔다. 보통 PSA 수치는 0∼4ng/㎖를 정상수치로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수치를 좀 더 낮게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고, 연령에 따라 표준 수치가 다르다고 하지만 각설하고 환자의 PSA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측정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환자에게 피검사 결과를 설명했고, 항문수지검사와 PSA 수치를 종합해 봤을 때, 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물론 현재 나이가 40세도 되지 않았고, 집안에 전립선 쪽이 안 좋은 가족력도 없는 환자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임을 강조해서 얘기했다. 환자는 당황은 많이 했지만, 필자의 설명을 이해한 듯했다. 환자의 아는 분이 있는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더 진행하겠다고 해서 기록을 가지고 큰 병원으로 전원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필자에게 날아온 회신서에는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 암으로 판정됐고, 환자는 수술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필자도 30대에 전립선암 환자를 경험한 경우는 많지 않다. 전공의 과정 때까지 합쳐도 2∼3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젊음이라는 것이 반드시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의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수술 잘 받고 건강한 삶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드만비뇨기과 www.gol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