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중도 사퇴를 선언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사퇴 이후 행보를 닮아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사퇴를 선언했지만 문 후보의 이름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사퇴 이후에도 ‘시민 속’ 행보를 이어가면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측은 17일 이 세 사람을 묶어 ‘문·철·희(문재인·안철수·이정희)’ 좌파 연대’라고 부르며 모호한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정희 전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망월묘역을 참배한 뒤 남광주시장을 찾아 광주 시민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비록 후보직은 사퇴했지만 물밑에서 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선거 운동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이후의 활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지지층을 온전히 문 후보에게 몰아주기 위한 조용한 지원 활동이라는 것이다.

안 전 후보와 이 전 후보는 자신들의 지지층을 다독이고 새누리당으로부터 좌파연대라는 공세를 선제적으로 방어한다는 차원에서 ‘문재인’ 이름 석 자가 가급적 튀어나오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도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후보는 16일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을 뿐 문 후보 지지 의사를 직접 밝히진 않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세 사람의 연대는 좌(左)정희, 우(右)철수 구도의 문·철·희 좌파연대”라면서 이 전 후보에게 지급되는 27억 원 가량의 국고보조금 반납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안형환 대변인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부르지 않아 종북논란에 휩싸였던 진보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