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하나. 학교에서 선생님이 숙제해 왔냐고 하는 것 같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99% 일치하면 함께하기 충분하다. 나머지 1%는 문재인 정부가 정하는 것이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이건희 씨, 정몽구 씨를 보통인으로 돌려보내자.”(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10일 중앙선거방송토론회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이정희 쇼’의 조연 역할에 그쳤던 1차 토론과 달리 가끔씩 공세적 태도를 취하며 유권자의 기억에 남을 어록들을 만들어냈다. 이 후보는 대기업 총수들을 이건희 씨, 정몽구 씨로 칭하는 등 ‘막말 퍼레이드’로 인상을 남겼다.

박 후보의 토론회 발언 중에서는 이 후보의 공격에 정면으로 응수하며 반격한 것이 눈에 띄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현재 최저임금이 얼마냐. 내년에는 얼마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느냐”고 꼬치꼬치 캐묻자 “4580원이다. 내년에는 4860원”이라며 “대선후보 토론에 나와서 스무고개 하듯 ‘이것을 상대가 모르면 골탕먹여야지’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토론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그는 “스무고개 하듯 이것은 얼마, 저것은 얼마 이런 식으로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것 숙제해 왔느냐’ 이런 식의 느낌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정책 차이와 관련해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박 후보가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면서 그 참여자(안 전 후보)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나 계열분리 등 핵심공약에 대해 문 후보와 반대 입장인데 약속을 어떻게 지키겠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안 후보 또는 그 지지세력, 시민사회 세력과 통합의 정치를 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100%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99%가 일치하면 함께하기에 충분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특히 “나머지 1%는 문재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합 거국내각으로 공동정부를 꾸리지만, 차이가 나는 부분까지 무작정 수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특히 이날 안 전 후보가 “다음 정부에서는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힌 뒤 나온 언급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이 후보의 막말이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대통령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이건희·정몽구가 있다”며 “이건희 씨, 정몽구 씨를 헌법 위의 제왕이 아닌 법 앞에 평등한 보통인으로 돌려보내자”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직함조차 붙이지 않은 것이다. 그는 또 “‘재벌해체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통합진보당은 재벌해체 반드시 하겠다”며 “일제에 상납하고 미 군정에 줄 대가며 탄생한 것이 재벌이고, 박정희 정권시절 정경유착해서 사카린, 냉장고 밀수해가며 성장한 게 삼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