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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TV를 그리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특히 드라마는 거의 잘 보지 않았었는데, 한때 미드라고 해서 미국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그중에 ‘하우스’라고 하는 의학드라마는 괴팍한 의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였다. 우연찮게 그 드라마를 보면서 비뇨기과가 아닌 다른 과 질환의 진단을 유추해 보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기해서 관심 있게 본 적이 있다.

그중 한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름다운 15세 여성의 이야기였다. 늘씬하고 아름다운 이 소녀는 15세의 슈퍼 모델이었는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찾아오게 된다. 검사 결과 몸 어딘가에 종양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 종양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복적인 검사를 하고 고민을 하던 주인공은 결국 이 아름다운 여성의 고환 안에서 종양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여성에게서 고환이! 드라마에서도 이 여성은 종양보다 고환에 더 놀라고 만다. 본인이 유전학적으로 남자인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드라마 중간에는 여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복선이 깔린다. 15세가 넘었지만 생리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 나온 여성의 질환명은 고환 여성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몇 년 전 인도의 한 여성 육상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상 Y염색체가 검출돼 메달을 박탈당한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육상선수의 질환명이 바로 고환 여성화 증후군이다. 신체적인 굴곡이나 가슴의 발육, 외부 생식기 등 모든 생물학적인 모습이 여성이었지만 이 여성의 염색체에는 남성의 염색체인 Y염색체가 관찰된 것이다.

흔하지 않은 이 고환 여성화 증후군이란 건 무엇일까? 사람은 엄마 배 속에서 처음 생겨날 때 모두 여자의 몸을 하고 태어난다.

남녀 구분 없이 외생식기의 모양이 같은 것이다. 그러다가 남자들만 남성 호르몬에 의해 점차 남자의 몸으로 바뀌게 된다. 남성 호르몬의 자극이 없는 여자들은 원래대로 여자의 몸으로 자라게 된다. 고환 여성화 증후군은 여기서 생기는 것이다. 고환도 갖고 있고, 성염색체도 남성이고, 남성 호르몬도 분비되지만 남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표적세포들이 기능을 못해서 반응을 못하는 것이다. 이 호르몬이란 물질도 분비만 되어서는 그 의미가 없다. 야구의 투수와 포수처럼 던지면 받아주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던지기만 할 뿐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남성 호르몬은 결국 빙빙 돌게 되고 여성으로 분화되고 마는 것이다.

자궁은 없지만 질을 포함한 외부 생식기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출산을 하면 모두가 여자아이라고 할 수밖에…

그렇다면 태어나기는 여자처럼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여성으로 성장하게 될까?

정말로 신기한 것은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사춘기가 되면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이 더욱 많이 분비되게 되고 이런 남아도는 남성 호르몬은 우리 인체 내에서 다시 여성 호르몬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에는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처럼 가슴도 발육되고 몸의 굴곡도 여성화되어 가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여성으로 교육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이미 여성인 것이다.

드라마에 나온 그 슈퍼모델이나 인도의 그 육상선수 모두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드라마야 그렇다 치더라도 인도의 육상선수는 실제로 갑작스러운 혼란에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예측하기 힘든 인체의 신비에 대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경우다. 다만 이런 어려움에 있는 분들이 본인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골드만비뇨기과 www.gol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