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과수원예전문가들은 사과의 좋은 성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선 반드시 껍질째 먹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발인자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이에 따라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이는 콜레스테롤의 한면만 보고 내린 판단이다.

콜레스테롤은 동물의 체내에서만 만들어지는 일종의 지방으로 75% 이상이 간에서 합성된다. 콜레스테롤의 용도는 다양하다.

우선 코르티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 합성에 전구물질로 활용된다. 또 세포막의 구성성분이며 골 형성에 관여하는 비타민D의 생성에도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몸에는 반드시 콜레스테롤이 필요하다. 사실 문제가 되는 것도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몸에 나쁘다는 LDL(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지방인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을 이동하기 위해 단백질과 결합체를 이뤄야 한다. 이때 지방에 비해 단백질의 함량이 많은 고밀도 지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을 HDL(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 반대로 지방이 더 많은 저밀도 지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을 LDL콜레스테롤이라 부른다.

그런데 같은 지단백이어도 LDL과 HDL은 역할이 각기 다르다. LDL은 혈액 순환 중에 콜레스테롤을 신체 요소요소에 배급하고, HDL은 그렇게 배분하고도 남아 도는 콜레스테롤을 수거해와 담즙산 등으로 대사해 제거한다.

그러나 잘못된 식습관 등에 의해 LDL과 결합한 LDL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혈관에 지방이 넘쳐나고 우리는 이를 고지혈증이라 부른다. LDL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서 쉽게 산화돼 혈전 등을 만들어 내는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고지혈증 개선을 위해선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서 혈관 속 콜레스테롤의 배급과 제거에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과가 최근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주목받는 것도 몸속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사과와 콜레스테롤을 연관지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항산화 물질인 케르세틴이다. 케르세틴은 혈액 중의 활성산소로부터 LDL콜레스테롤이 피해를 입어 산화 콜레스테롤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 준다.

사과 섬유소에 있는 펙틴도 빼놓을 수 없는 성분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사과 섬유 5∼15g(사과 2∼6개 상당)을 식사와 함께 6개월간 준 결과, 혈청 내의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동맥경화지수는 낮아지고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의 식이섬유는 간이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해 만든 담즙산을 흡착해 배설시켜 콜레스테롤 소모를 촉진하고, 단쇄지방산들로도 발효돼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심장병 예방효과 A등급으로 분류해 놓고 있기도 하다.

임경숙(식품영양학) 수원대 교수는 “사과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 중 펙틴이 스펀지 구조를 연상시키는 수용성 식이섬유여서 뛰어난 흡착 기능을 발휘해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고, 사과의 갈변을 일으키는 물질인 유익한 폴리페놀 화합물은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인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과실에 비해 사과에 풍부한 칼륨은 또 다른 측면에서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칼륨은 몸속의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고, 혈관 내의 효소 활성화 작용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 강하 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사과를 섭취할 때는 반드시 껍질을 함께 먹어야 앞서 언급한 좋은 성분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펙틴이나 케르세틴 등의 성분이 대부분 사과 껍질과 껍질 바로 아래 과육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껍질을 섭취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잔류 농약이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사과에 광택을 내기 위해 공업용 왁스를 발랐다는 내용까지 보도돼 충격을 낳았다. 이와 관련, 국내산 사과의 경우 흐르는 물에만 씻어 먹으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시험장의 권헌중 연구관은 “가끔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 보면 국내 사과에서 광택이 나고 끈적거리는 질감이 묻어나는 것을 보고 중국처럼 왁스 코팅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있는데 끈적거리는 질감은 사과가 노화되는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내놓은 지질 성분이 사과 표면에 침착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특히 추석 무렵에 많이 출하되는 홍로, 양광 등의 품종이 수확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런 현상을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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