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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세대 전투기(F-X)3차 사업과 관련, 우리 군 내부에서조차 미 정부의 FMS(Foreign Military Sale·대외군사판매) 거래 방식에 따를 경우 ‘굴욕적인 계약’이 될 수 있는 만큼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무상원조, 안보지원 개념을 기초로 설계된 FMS는 미국 정부가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FMS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의 인건비 등을 포함한 각종 비용을 FMS 구매국가가 부담하게 돼 있어 현재는 대다수 국가들이 외면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29일 군당국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FMS 구매 방식은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수의계약 형태로 미국의 FMS 표준 조건에 따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간에 이뤄지는 계약이다. 따라서 입찰 절차를 전제로 복수의 입찰자간 조건, 협상 등을 통해 계약 내용이 당사자간 합의로 결정되는 DCS(상업구매) 방식과는 다른 판매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F-X 3차 사업 대상으로 F-35를 선정할 경우 FMS 방식으로 거래하게 되고, 이때는 ▲상한가 없는 개산(槪算)계약을 해야 하고 ▲계약 이행보증금을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하며 ▲지체(보)상금 부과가 불가능하고 ▲선급환급보증금 예치도 요구할 수 없다.

우선 전투기 도입 가격을 ‘상한가 없는 개산계약’ 방식을 채택할 경우 2016년 초도 인도 물량인 전투기 F-35 10대를 제외한 나머지 50대에 대해서는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한국 정부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계약방식이 크게 불합리한 데도 정부는 현재 F-X 3차 사업을 비롯해 해군의 해상작전헬기사업, 육군의 대형공격형헬기사업 등 3개의 대형 무기 구매사업을 이례적으로 국외 DCS와 FMS 방식으로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또 한국은 이미 1950년부터 미국의 FMS 제도를 이용해 무기체계를 획득하면서 지난 2007년까지 FMS 무기 도입 금액만 약 260억 달러로, 이는 FMS 구매국 161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이며 같은 기간 국외구매조달 전체 금액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군 관계자들은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담보하면서도 한국의 미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정부 스스로 미국과의 FMS 거래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무기의 주된 수입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FMS에 부과하는 각종 행정비용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1997년 영국으로부터 레이더시스템을 구매했으며, 싱가포르도 1997년 록히드 마틴의 KF-16 전투기를 상업구매 방식으로 조달하는 등 FMS 방식에 의한 무기 거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