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의 과학 / 마틴 셰퍼 지음,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옮김 / 궁리

독파하기에 만만찮은 책이다. 복잡한 수학공식과 그래프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나간다면 자연과 인간사회를 꿰뚫는 한 가지 원리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다. ‘임계전이’란 한마디로, 시스템의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해간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과 인류사회 모두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화물을 실으면 배가 점차 불안정해지다가 조그마한 충격에도 급격히 기울어지듯 기후생태계, 사회와 같은 복잡계가 서서히 회복력을 잃어가는 중에는 아주 조그마한 변동에 의해서도 전체가 전환점(tipping point)을 넘어 불안정한 임계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임계전이가 한번 일어나면 예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저자는 호수·기후·진화·바다·토양 생태계, 그리고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급변 현상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6000여 년 전 아프리카의 서부 사하라 지역은 방대한 초목과 넓은 습지를 가진 지역이었다. 오늘날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되는 하마와 같은 동물 뼈의 흔적은 이 지역에 한때 초목이 무성했음을 잘 보여준다. 북아프리카 연안 해양 퇴적물의 먼지 양을 분석하면 사하라 사막이 어떻게 변화해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인류사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고대문명의 급작스러운 종말은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다. 고대 문명의 멸망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중요한 자원의 고갈, 외부 부족의 침공, 지진이나 홍수 등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 재앙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인 설명은 사라진 고대문명들의 공통 패턴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저자는 “독특한 사회구조를 가진 복잡하고 정교한 사회 시스템은 쉽게 붕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대사회의 멸망은 외부적인 힘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가 가질 수밖에 없는 내부적 허약함의 점진적인 증가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임계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그 전조는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같은 조기신호의 공통점은 ‘회복력의 감소’다. 건강한 숲은 일부 지역이 파괴돼도 금방 다른 생물종이 그 지역을 채워 나간다. 그러나 임계전이에 가까이 다가간 시스템일수록 작은 변화에도 적절히 변화를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양의 변화는 해당 물고기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회복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물고기 잡이를 즉시, 전면적으로 멈춰야 한다. 단순히 치어를 보호, 개체 수를 늘린다는 식의 방법은 전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는 임계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행태다. 임계전이적 관점에서 본다면 치어의 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는 그 수를 회복하지 못한다.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어업활동을 줄이고 기다리면 곧 어획량이 복원될 것이라는 소망은 임계전이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복잡계’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현대사회에선 기존의 전통적인 과학모형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일들이 점점 빈발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계 동역학’의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을 이 책은 제공하고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