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단체들이 22일 대북(對北) 전단을 살포하려는 계획을 이명박 정부가 공식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 정부가 ‘임진각 전단 살포’를 막은 이번 조치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 것으로, 심각한 악선례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군(軍)은 전단 살포에 반발한 북한군의 위협과 공격에 대비해 철저한 응징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19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도발 원점에 대한 완벽한 대응’을 공언했고, 20일 정승조 합참의장이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최전방 부대의 자주포와 견인포의 포구를 열고, 방사포를 이동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원천 봉쇄’라는 형태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강력대응 등의 방침을 안밝히느니 못한 결과를 자초하고 말았다.

청와대가 내놓은 핑계들은 더욱 가관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단 살포를 막은 이유로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등 남남(南南)갈등 우려, 북한군의 실제 도발 가능성,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 등 3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북한 협박에 불안을 느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는 북한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이런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 때문에 물러섰다면 정상적 정부라고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지난 18일 연평도 최전방 방문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대북 전단은 세계 최악·최장의 독재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실상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다.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지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북한 위협에 굴복해 저지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대북 단체들 역시 이벤트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한 장이라도 더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실효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