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 토머스 조이너 지음, 김재성 옮김 / 황소자리

우리가 입에 올리기도 꺼리는 ‘자살’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자살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 아버지를 자살로 여읜 저자는 막막한 슬픔 속에서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자살자의 유족에게 쏟아지는 온갖 편견과 싸워야 했다. 심리학자의 길을 걷고 있던 저자는 이미 몇 개의 자살이론을 알고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자살론이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하는 한편, 정신장애나 나이, 성별, 태생적 기질과 성장환경 등 상이한 요소들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자살 욕망은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질 때 ‘자기 살해’라는 극단의 불행이 일어난다.

지금 한국에선 매일 821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중 436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비극이 일상화된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