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새누리당의 표류가 장기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분란은 비박(非朴)들의 소외감이 분출하고, 대선 패배 우려감이 높아지는데다 쇄신을 포기한 듯한 전략부재까지 겹친 ‘복합 위기’로 규정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대선 패배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고, 쇄신 대신 선택한 ‘몸집불리기’가 오히려 내부 분란을 확대시키는 양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 후보의 최측근인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사퇴했음에도 이날 새누리당 재선급 이상 의원들이 당 지도부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한 단체행동을 검토하는 등 인적쇄신 파동은 오히려 확산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위기는 당초 비박의 소외감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당 전략을 둘러싼 노선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영입인사는 “지금 국민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영입되고 있는 인사들은 젊은층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없는 구태인사들”이라며 “이제 마음을 다 비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입인사는 “이젠 더이상 할 말도 없다”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 쇄신을 위해 영입을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쇄신파가 주축이 된 비박계 의원들의 인적쇄신요구는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선대본부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물론 박 후보를 오래 보좌해온 측근 등 사태악화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 모두가 인적쇄신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PBC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인적쇄신과 관련 “책임질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최경환 전 비서실장의 퇴진은 인적쇄신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급 이상 의원들의 집단 행동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박 후보나 당 지도부가 아직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퇴한 최 의원은 박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양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 양심적인데 나머지 지도부는 기본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삼삼오오 모여 추가 행동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 후보측은 그러나 이 같은 당내 비박 세력들의 전면 인적쇄신은 받아들이지 않고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 등을 당무에만 전념시키고, 선대위에서 역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역할조정으로 수습하려 하고 있어 또 한 번 갈등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