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는 갈등이 없다 / 이우상 지음, 김석윤 자문 / 아름다운 인연

나무는 죽어서도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고사목이다. 숲 속의 고사목은 폐기물이 아니라 동물의 서식처이며 부패한 다음에는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한다. 이처럼 고사목은 산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일 바덴뷔르템베르그에서는 경제림 내의 고사목 비율을 헥타르당 5㎥ 가까이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소설가이자 ‘조선왕릉, 잠들지 못하는 역사’(전 2권), ‘앙코르와트의 모든 것’ 등의 역사기행서를 쓴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와 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은 책에서 나무를 선객(禪客)에 비유한다.

나무는 태어날 때 깨끗한 새싹이었던 것처럼 죽음 역시 추함이 없으며 세상에 던지는 부음도 없이 조용히 생을 마친다.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썩은 폐기물이 돼 화장을 하든, 매장을 하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인간과 비교가 된다.

3부로 구성된 책은 저자가 국립자연휴양림 숲 해설가로 위촉받아 활동하고 있는 친구(김석윤)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여 년간 여행과 등산을 다니며 나무와 꽃 등에 대해 틈틈이 기록한 것들을 모은 것이다.

나무에 얽힌 전설이나 에피소드들을 담은 1부 ‘이야기 숲’에서는 이른바 암행어사 박문수가 암행을 도는 도중 한 여인에게 싸리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맞은 사연과 달맞이꽃의 전설, 능소화의 가슴 아픈 사연 등이 소개된다.

2부 ‘나를 비우는 숲’에서는 현대사회의 세태를 나무와 숲, 식물 등을 통해 바라보며 3부 ‘아낌없는 숲’에서는 나무와 숲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준다.

중풍과 고혈압, 위장병, 기침, 신경통, 류마티즘관절염 등에 두루 좋은 효과가 있는 마가목과 소음을 차단하고 에어컨·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플라타너스 등이 우리에게 유용한 대표적인 나무들이다.

저자는 책에서 나무와 꽃, 식물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숲에 대해 이야기한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최대 숙제는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갈등의 해결이다.

그런데 ‘갈등(葛藤)’은 한자어 그대로 보면 ‘칡과 등나무’를 뜻한다. 줄기가 서로 얽혀 자라는 칡과 등나무의 특성처럼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실제 칡과 등은 숲의 무뢰한이자 숲을 망치는 게릴라다. 수종을 가리지 않고 접근해 둥치를 감아 올라간 뒤 숨통을 조이고 영양을 빨아먹는 바람에 수백 년 된 소나무도 이들의 공격을 받으면 몇 년 내에 고사한다.

하지만 실제 숲에서 칡과 등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칡은 칡대로, 등나무는 등나무대로 자기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책의 제목에는 이 같은 저자의 숲 관찰 결과와 인간 세상에서도 갈등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함께 담겨 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