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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지만 주말이 겹쳐 유난히 짧아 보이는 올해 추석 연휴. 나들이는 부담스럽고 교통체증도 두렵다. 이럴 때 간단히 DVD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남녀노소 함께 볼 만한 여섯 편의 최신 DVD를 재미, 감동, 유쾌, 추억, 공포, 동심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 ‘어벤저스’(재미) = ‘어벤저스’는 슈퍼 히어로들이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작전명이다. 에너지원 ‘큐브’를 이용한 악당의 등장으로 인류가 위험에 처하자 국제평화유지기구인 실드(S.H.I.E.L.D)의 국장 닉 퓨리는 이 작전을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슈퍼 히어로들을 찾아나선다. 아이언맨부터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실드의 요원인 블랙 위도, 호크 아이까지 최고의 슈퍼 히어로들이 모이지만 각기 개성이 강한 이들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문난 액션 영화가 그렇듯 ‘어벤저스’ 역시 심오한 이야기보다 시각적 만족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화려한 3차원(3D) 효과를 이용해 ‘잘 나가는’ 영웅들의 활약상을 긴장감 있게 담았다는 평이다.

◆ ‘언터처블：1%의 우정’(감동) = 불의의 사고로 전신불구가 된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에게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찾아온다. 필립은 거침없이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2주 동안 자신의 수족이 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간호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주는 드리스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고 조금씩 마음을 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의 따뜻함에 관한 일종의 다큐멘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냄새’를 내세워 지난해 국내 개봉 당시 100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저력을 발휘했다.

◆ ‘나는 공무원이다’(유쾌) = 38세 7급 공무원 한대희(윤제문)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가는 일선 공무원의 전형이다. 그에게 인생의 낙이라면 능숙한 문서 작성 기술과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으로 6급 승진을 바라보는 게 전부다. 미덕은 매사에 ‘조심 또 조심’ ‘흥분하면 지는 거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평정심’을 지키는 것. 그러던 그의 삶에 어느날 갑자기 ‘3×3 = 9’라는 이름의 인디밴드 한 팀이 끼어들면서 균열이 일어난다. 꿈만 먹고 사는 20대 청춘들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은 현실주의자 7급 공무원을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는다. 입체적인 캐릭터, 재치 있는 대사와 더불어 1970년대 LP판과 요즘 홍대 인디 밴드들의 음악이 공존하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세대를 달리한 가족 모두가 함께 보며 한바탕 웃어볼 만하다.

◆ ‘건축학개론’(추억) = 영화는 스무 살 무렵 찾아온 첫사랑과 15년 후 그들이 나누는 후일담을 그렸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학생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서연은 마음을 열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둘은 다시 멀어진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속에 품은 채 서연을 떠나 보낸다. 이후 15년의 시간이 흘러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서연이 나타난다. 당황스러워하는 승민에게 부유한 사모님 ‘포스’를 풍기는 서연은 고향 제주도에 집을 설계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려던 승민은 서연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한 채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인다.

◆ ‘화차’(공포) =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 선영과 함께 부모님 댁에 가던 문호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 홀로 커피를 사온다. 그러나 그 사이 선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경찰의 무능 속에 선영 실종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문호는 최후의 카드로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에게 도움을 청한다. 종근은 사건의 실체에 점차 접근해가면서 개인파산자,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선영의 과거를 발견한다. 1990년대 일본 거품 경제 시기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현실적인 스릴을 선사한다.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 그 자체가 공포라는 의미다. 메가폰을 잡은 변영주 감독은 “욕망이 들끓는 요즘,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간 여자들이 없어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현실이 ‘피가 튀는’ 스릴러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 ‘밀림의 왕자 레오 : 세상을 바꾸는 용기’(동심) = 거대 기업 이터널 어스에 의해 창조된 네오 정글에서 아기 사자 레오는 용맹한 밀림의 제왕인 아버지 사자 판자와 함께 살아간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레오는 그러나 네오 정글을 복제 동물로 채우려는 이터널 어스의 음모로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다. 이제 더 이상 레오는 아기 사자로 남을 수 없다. 정글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물들의 평화와 자유를 지켜야만 한다. ‘레오’ 시리즈는 지난 1950년 원작 만화가 공개된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의 걸작이다. 특히 21세기의 레오는 아기 사자의 성장과 모험만을 다루지 않고 ‘환경’이라는 테마에 접근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공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살던 자연을 버리고 네오 정글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동물 가족의 이야기가 새롭게 더해져 생명 존엄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